본문 바로가기

독서

(4)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_조지 레이코프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조지 W.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한 바로 그날부터 백악관에서는 세금(으로부터의) 구제(tax relief)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은 그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었고, 그의 정책을 설명하는 언론은 이 말을 받아 적었고, 서서히 공적 담론 깊숙이 파고들어 급기야 자유주의자들도 이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구제’라는 단어의 프레임 형성을 생각해봅시다. 구제가 있는 곳에는 고통이 있고, 고통 받는 자가 있고, 그 고통을 없애주는 구제자가, 다시 말해 영웅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영웅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들은 구제를 방해하는 악당이 됩니다. ‘세금’이라는 말이 ‘구제’ 앞에 붙게 되면, 그 결과로 다음과 같은 은유가 탄생합니다. 과세..
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 나는 평소에 가식을 품고 사람을 대하는 편이다. 특히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더욱 내 모습을 숨기려 노력한다. 자존감이 낮아서일까, 벌거벗은 내 모습을 타인이 좋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또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강요받으면 화가 치밀어올라 뇌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 내면을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나를 보고 더러 ‘참 착한 친구야’ 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냄비의 뚜껑을 덮는다고 해서,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내용물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넘쳐버린 부아가 얼굴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껏 누르고 있었던 성질을 분출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떤 수를 써서든 다시 그것..
동급생_프레드 울만 "왜 볼라허에게 덤벼든 거냐?""저 애가 나를 모욕해서요."내가 분노와 긴장을 가누지 못해 몸을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너를 모욕했다고? 뭐라고 했는데?"폼페츠키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저보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내가 대답했다. "아, 알겠다."폼페츠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모욕이 아니다, 슈바르츠! 그건 옳고 우정 어린 충고야. 자리에 앉도록, 너희 둘 다. 싸우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서 마음대로 실컷 싸워라.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 두도록. 볼라허, 너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제 곧 우리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거다. 그러니 이제 역사 수업으로 돌아가자." 서슴없이 주인공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심지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급우와 이를 목격하고도 다그치기는 커녕 묵..
독일 마인츠_독서 Copyright ⓒ 2018 by Yungoo Lee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베트남 친구 집에서 각자 국가의 요리를 해먹기로 한 날, 나는 부대찌개를 하기로 했는데 양념을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고 나니 웬걸, 약속시간이 한참 남았다. 날씨도 좋은데 사진기나 들고 나가자 생각하고 바로 옷을 챙겨입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영 없어 마인츠 Kaiserstraße의 공원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내 왼쪽 저편에서 커피 한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는 아주머니, 바로 카메라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