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가식을 품고 사람을 대하는 편이다. 특히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는 더욱 내 모습을 숨기려 노력한다. 자존감이 낮아서일까, 벌거벗은 내 모습을 타인이 좋아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또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강요받으면 화가 치밀어올라 뇌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 내면을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에 나를 보고 더러 ‘참 착한 친구야’ 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냄비의 뚜껑을 덮는다고 해서,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내용물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넘쳐버린 부아가 얼굴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기껏 누르고 있었던 성질을 분출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떤 수를 써서든 다시 그것을 감춰야 한다.
“어찌 보면 난 다른 이에게 호감을 사는 법은 알고 있었어도, 다른 이를 사랑하는 능력은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더군다나 내겐 이 세상의 다른 인간들도 과연 ‘사랑’ 할 능력을 갖고 있는지 무척이나 의문입니다.).”
소설 중간에 나오는 요조의 독백이다. 약간의 과장이 섞인, 또는 사람에 따라서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 문장을 볼 때마다 나를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포함에 그런 감정을 느끼는 모두가, 정도는 다르지만 조금씩 요조와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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